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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아닌 장르로서의 바다 이야기, 해양 웹툰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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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우리 전문 분야를 대중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전문 지식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고민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전하고 싶은 지식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곁들여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어떤 매체의 콘텐츠가 유리할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도 좋겠지만 그건 예산과 인력, 그리고 시간이라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출판만화는 어떨까? 여러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기엔 출판만화만큼 가성비 좋은 콘텐츠도 없다. 서점에 가면 과학지식만, 역사지식만, 신화, 경제, 한자 등 만화로 그려내는 출판물은 차고도 넘쳐난다.

 

하지만 산업 규모로만 따지자면, 종이책으로 산출되는 출판만화보다 웹플랫폼에 연재되는 웹툰만화가 훨씬 더 규모가 크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통신망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구축했고, 이를 통한 콘텐츠 확산이 무척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어디서나 팡팡 터지는 와이파이는 자연스레 모바일로 보는 만화라는 콘텐츠 형태가 빠르게 자리 잡기에 유리했다. 웹툰이 대한민국의 대표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웹소설이라는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소설도 웹툰 시장 규모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이제는 웹소설이 웹툰으로 리메이크되는 경우도 아주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전지적 독자 시점’, ‘재혼 황후는 이미 네이버 웹툰 플랫폼의 최상단을 지키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만 봐도, 한국의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대세다. ‘지금 우리 학교는’, ‘알고 있지만’, ‘모럴센스’, ‘스위트홈’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지옥등 이젠 열거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소재와 표현의 다양성과 상상력의 한계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에서 해양을 소재로 한 작품은 몇 개나 될까? 드물긴 하지만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에서는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권혁주 작가의 그린스마일이라는 작품이 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이 모험물이고, 하프물범과 북극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웹소설에서는 주인공들이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바다의 오염과 북극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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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네이버, 권혁주, [그린스마일]



사실 웹툰은 일상적 소재와 빠른 전개가 독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경우가 많아서 꼭 해양 소재라고 해서 웹툰 제작으로 터부시 되거나 표현의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재의 확대를 위해선 해양수산부 등에서 브랜드 웹툰 등으로 자체 제작해서 소재 확산의 이슈를 만들어 보거나 웹툰 공모전을 통해 수많은 해양관련 이야기들을 웹툰 시장으로 이끌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선작들의 퀄리티와 기획의 훌륭함과는 별개로, 공모전 특성상 당선작을 연재물을 다루는 거대 플랫폼에 올려놓기는 힘이 들기도 하고,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멋진 기획, 꼭 필요한 기획임에도,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가 우연히 발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작가들이 스스로 해양 소재의 웹툰을 그려서 저절로 활성화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상콘텐츠로 리메이크 되어 OTT에도 등장하고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는 않다. 해양 소재가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소재’, ‘지식전달이라는 관점에만 한정되어 있으면, 결과물은 결국 해양지식만화나 해양홍보만화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식 만화는 보통 소장용 종이책으로 먼저 출판되고, 웹툰으로는 잘 퍼블리싱되지 않는다. 지식만화의 웹툰 진출은 허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학만화를 떠올려보자. 무슨 무슨 살아남기 시리즈라거나, WHY 시리즈나, 과학지식만화 전집이 먼저 떠오른다면 과학을 전달해야 하는 지식 소재로서 본 것이다. 그런데 혹시 SF 웹툰인 덴마나노리스트등이 떠오른다면 과학을 소재가 아닌 장르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에서는 후자의 작품들이 연재된다. 물론 필자는 지식만화를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은 여전히 책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습 보조 교재로서일 때 그렇다는 것이고, 만약 지식 전달보다는 대중성을 더 획득해야 한다면, 웹툰의 장점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지식만화 포맷은 버려야 한다.

 

다시 해양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해양 소재의 웹툰은 드물다고 언급했느데, 그런데 해양이 배경이라면? 또는 장르라면 어떨까?

 

일단 유구한 전통을 가진 해적 장르를 먼저 살펴보자.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화 캐리비안 해적은 어마어마한 흥행을 했고, 일본의 출판만화 원피스는 일본의 3대 소년 만화 중 하나이다. 원피스와 쌍벽을 이루는 해적 만화로는 풀 어헤드 코코도 있고, 고전 게임으로 원숭이 섬의 비밀도 빼놓을 수 없다. 해적이 주인공인 코믹 어드벤처인데, 재치있는 대사로 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1990년에 최초 출시되었다가 2009년 리메이크 판은 글로벌 게임거래 플랫폼인 Steam으로도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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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루카스아츠, [원숭이 섬의 비밀], 2009년 스페셜 에디션



해적 장르물처럼 16세기 유럽의 바다, 모험, 해적, 또는 배와 선원을 다루는 작품들은 하나의 소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불멸의 게임인 대항해시대는 항로를 개발하고, 선박에 투자하고, 해적을 퇴치하고, 해상전투를 하는 등의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웹소설 중에도 16~18세기 범선의 시대를 다루는 판타지 바람과 별무리가 바로 대표적이다. 범선 간의 해전이나 당시 풍경 묘사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대항해 시대 이전,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로 유럽을 휩쓸고 다녔던 바이킹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많다. 당장 넷플릭스만 클릭해봐도, ‘바이킹 따라잡기, ‘바이킹스등을 찾을 수 있다.

 

바다 속이 배경인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라면? ‘니모를 찾아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니다. 지구가 바다에 잠겨버린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다루는 SF 해양물이라면 웹툰 심해수도 있다. 거대한 심해 해양 괴물에 맞서 분투하며 생존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해수는 2018SF 어워드 웹툰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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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투믹스, 이경탁, 노미영 [심해수]



만약 이런 형태의 작품에 바다와 해양생물들에 대한 지식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추가되면 어떨까? 세계관이 전문적으로 정밀해지는 효과를 얻데 된다. 많은 메디컬 드라마가 장르로만 보면 로맨스물이거나 휴먼드라마이지만, 디테일 덕에 의학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원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해양 소재의 웹툰, 웹소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장밋빛일까? 웹툰과 웹소설이 성장하고 있으니까, 해양을 홍보하고 지식을 알리는데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누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쉽게 답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재만으로는 가능성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야기 소재는 원칙적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산업의 전문가들은 소재가 아니라 장르를 기준으로 삼는다. ‘바다, 선박, 해상, 해양 등이 나오되, 이것이 해적물, 모험물, 판타지, 로맨스, SF 등의 장르물이라면 어떨까?’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해양을 소재로 한 모험 장르는 어떨까?’ 가능성이 있다! ‘해양을 소재로 한 로맨스물은?’ 가능성이 있다! ‘해양을 소재로 한 SF 물이라면?’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야기가 재밌어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의 주된 흐름은 스토리텔링과 장르성이다. 만약 해양 소재가 장르물의 기획과 결합된다면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적물, 해양모험물은 항상 있어왔고 고정적인 마니아가 형성되어 있는 장르니까. 바다 위와 아래를 누비는 모험물, SF, 로맨스물을 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인다.beeab23e0e787867e872e0a77bfae267_1645610093_911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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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정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강원도 삼척, 동해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군함에 타보고 싶다는 이유로 해양소년단에 가입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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